handmade IN jEONJU
손의도시 전주
한지조형의 시작
서양화를 전공한 후 일본의 동경학예대학교에서 미술교육학 석사 과정을 공부했어요. 일본에 있을 때, 그들의 공예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실생활 곳곳에 공예가 쓰이고 있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특히 대학의 이름을 아트상품으로 활용 하는 것을 보며 문화 상품 개발과 홍보의 발전 가능성을 깨닫기도 했고요. 그것이 계기가 되어 공예 분야에 호기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미술 학원을 긴 시간 운영 중입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개인 작업을 하기도 했지만 작품에 대한 근원적 목마름은 해결되지 않더라고요. 작업 초기 한지공예대전에서 입선하며 작가로서의 자신감을 얻어 개인 작업을 조금씩 해 나갔습니다. 돌이켜 보면 20대 때부터 종이에 작업하는 걸 즐겼습니다. 캔버스 위에 바로 그리기보다는 종이를 덧붙여 그 위에 그림을 그렸고, 모래 등 다른 재료를 섞어 다양한 질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곤 했습니다.
줌치한지
한지는 제 작품에 매우 중요 역할을 하는 재료로 부드럽고 얇으면서도 강한 물성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줌치한지’는 한지의 물성 연구를 통해 만들어진 독특한 종이입니다. 여러 장의 한지를 물에 적셔 닥풀이 나온 상태에서 이를 주무르거나 고르게 두드리는 과정이 거치는데요. 일정한 힘을 가해 공기를 빼야 전체적으로 균일하게 잘 붙은 줌치 한지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든 줌치한지로 입체 조형 작품과 공예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만든 작품을 모티프로 프린팅해 생활 소품을 제작하는 방식의 활동도 하고 있는데요. 무릎 덮개, 테이블 매트, 스카프 등을 기획·판매 중입니다. 줌치한지 제품은 작품 자체를 판매하기도 합니다. 생활 속에서 요긴하게 쓸 수 있고 선물용으로도 좋은 책갈피 등의 소품을 제작·판매 중입니다. 한지 고유의 결과 질감을 충분히 살려낸 흔치 않은 이 상품들은 현재 공방과 전주공예품전시관(쇼핑몰 포함)에서 판매 중입니다.
이야기 숲
지난 몇 년 간 작업했던 [이야기 숲] 시리즈에 깊은 애착을 느낍니다. 이 시리즈는 숲에서 본 빛과 색, 제가 느낀 위안과 위로를 담아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던 작품입니다. [이야기 숲] 시리즈에는 공통적으로 나무가 등장합니다. 나무는 한 자리에서 깊이 뿌리내리고 모진 비와 바람을 견디며 자신의 자리를 묵묵하게 지키다가 생을 마감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은 아니지요. 또 다른 생명으로 이어지니까요. 이런 점이 질긴 한지의 특징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줌치한지 특성상 만들 수 있는 크기가 크지 않습니다. 오직 양손을 이용해 주고받아야 하는 탓에 제 손이 버틸 수 있는 정도가 최대치인 것이죠. 다른 일을 하는 순간에도 손으로는 줌치한지를 만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또 필요한 양보다 세 배 정도는 더 준비해 고르고 골라 작업해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앞으로는
오래도록 이 일을 하고 싶습니다. 무대에 오래 서고 싶다는 어느 배우의 말에 공감하고 있어요.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오래 할 수 있다는 건 행운이겠지요. 줌치한지로 제 시간을 기록하는 작품을 만들며 나이 들고 싶습니다. 또 하나는 자녀 둘이 미술을 하고 있어요. 언젠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즐겁게 작업할 수 있게 되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