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 공예의 시작중학교 미술 시간에 열심히 오리고 붙이던 제 모습을 유심히 보셨던 선생님께서 저를 한지 공예 공방을 운영하던 지인에게 소개해주셨어요. 그때는 한지 공예가 무엇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 채 그저 만들기를 할 수 있다는 말에 흥미를 느껴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성격이 꽤 급한 편이라 어떤 일이든 빨리빨리 처리하는 걸 선호하는 사람이에요. 어찌 보면 한지 공예의 차분하고 섬세한 작업과는 어울리지 않는 성격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상반된 부분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작은 조각들을 천천히 세밀하게 붙여 완성하는 한지 공예가 참 재밌었습니다. 2013년 대학 졸업 후, ‘소찌’라는 제 별명을 붙여 소찌제작소라는 공방을 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다른 한지 공예 공방과 별다른 차별점이 없는 공방이었어요. 비슷한 작품을 만들고, 비슷한 체험을 진행했어요. 고객들이 꼭 소찌제작소를 찾아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5년쯤 버티다가 회사에 들어갔지만 개인 작업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한지로 만든 드림캐처
드림캐처는 아프리카 원주민의 전통 주술품인데요. 악몽을 거르고 좋은 꿈을 꾸게 해 준다는 의미가 깃든 장식품입니다. 이를 한지 공예에 접목해 지역 드림캐처를 만들고 있습니다. 처음 제작한 건 [경주 드림캐처]예요. 초기작을 변형·발전시켜 지역의 색을 담은 작품을 만들게 됐습니다. 이후 전주수공예상품 창작지원 프로젝트 지원 사업에 선정되면서 전주의 대표 관광지 (경기전-담벼락, 전동성당-은행잎, 풍남문-광장의 별밤, 덕진공원-연꽃)를 디자인해 드림캐처로 선보였습니다. 초기 창업 당시 못했던 소찌제작소의 대표상품을 드디어 만들게 된 것입니다. 덕분에 공방도 다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소찌제작소의 드림캐처는 각 지역의 한 곳에서만 팔고 있는데요. 경주는 배리삼릉공원, 제주는 디자인AB, 전주는 전주공예품전시관이에요. 이 상품들을 모으기 위해 세 지역을 모두 여행하셨다는 후기를 보기도 했는데,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전주의 모습을 잘 풀어낸 [전주 드림캐처]입니다. 전주의 경우 전통을 표현할 수 있는 적절한 색을 찾는것부터 어려웠고, 조각이 많아 제작 시간도 상당히 소요됐습니다. 그럼에도 전주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를 활용해 지역을 보여줄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온전히 하나처럼 조화롭게
한지로 만드는 드림캐처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매 작품의 주제에 따라 디자인과 구조적 형태는 달라요. 제작 전에 충분한 자료 조사를 통해 주제에 어울리는 색을 찾고 다양한 디자인을 구성해 만들어봅니다. 평균적으로 열 개 정도의 색한지가 사용되는데, 색의 조화가 무엇보다 중요해요. 부재료인 끈, 구슬 등의 형태와 색까지 온전히 하나처럼 어우러져야 마무리됩니다. 이 단계에서 어느 하나라도 튀는 부분이 생기면 처음부터 다시 작업합니다.
앞으로는
여행지에서 기념이 될 만한 무언가를 사는 건 행복했던 순간을 추억하기 위해서잖아요. 추억은 각자의 몫이지만 제가 만든 드림캐처가 즐거웠던 어느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가 된다는 건 제게도 참 의미 있는 일입니다. 상품의 영역을 다른 도시로 넓히고 싶다는 목표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어느 곳에 가도 소찌제작소의 도시 드림캐처 시리즈를 볼 수 있게 하고 싶고요. 그러기 위해 변함없이 노력하는 창작자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