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made IN jEONJU
손의도시 전주
공예와의 만남
서울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근무하던 때였어요. 그날도 지친 상태로 외부 미팅을 마치고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깜깜한 밤이었는데 정류장 바로 뒤 가게에 불이 환하더라고요. 궁금함을 이기지 못해 들어간 가게 안 에는 예쁜 그림이 그려진 도자 그릇으로 가득했습니다. 처음에는 도자기를 파는 곳인가 싶어 사장님께 이것저것 여쭤 봤는데 그림들을 다 이곳에서 직접 그린 거라고 하셨어요. 클래스 수강도 가능하다는 이야기에 수업을 신청해 직접 그림 도 그려봤죠. 체험이 끝난 뒤 완성된 도자기를 찾으러 공방 을 찾았는데 결과물이 기대 이상이었어요. 그릴 때와 달리 가마 소성 뒤 의외의 결과물이 나오곤 한다고, 실력이 쌓일수록 의도하는 대로 구현이 가능한 장르라고 계속해 볼 것을 선생님 께 추천받았던 그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핸드페인팅을 해오고 있습니다.
핸드페인팅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핸드페인팅 작품을 하고 있습니다. 찻잔 세트부터 생활 식기, 거울, 작은 소품들까지 다양하게 작업 하고 있어요. 생활 도자기를 만들 때는 누구나 손쉽고 기분 좋게 사용할 수 있도록 대중의 취향에 맞는 아이템들을 만듭니다. 반면 전시를 위한 개인 작품을 구상할 땐 저만의 고집과 철학이 담긴 작품을 만들고 있어 각자의 목적을 구분 해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작품을 구상할 때는 현대미술 회화 작품뿐만 아니라 건축, 패션,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그간 업무상 출장과 여행을 통해 국내외 다수의 전시회나 박물관, 팝업스토어 등에 방문하며 쌓은 예술적 취향이 그쪽에 가까워요. 제 작업이 하얀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기에 색감을 표현하는 부분에서 특히 큰 영향을 미칩니다. 현재는 지중해 지역 특유의 컬러감, 유럽의 현대미술에 주로 사용되는 색채와 동양의 단청 컬러를 융합하고 단청의 패턴을 변형해 디자인한 작품을 작업해보고 있어요. 작업실이 있는 서학 예술마을에 외국인들이 꽤 방문하는데 그들의 눈에 제 작품이 신선해 보이는 것 같아 가능성을 기대하게 되었고 지금은 이 디자인을 기반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보며 작품을 더 발전시켜보려 합니다.
작가 김경애
전주로 내려와 작업실을 꾸리고 나서는 핸드페인팅 대중화를 위해 클래스 위주로 작업실을 운영했어요. 그러다 보니 작업물을 알리는 데에 현실적인 어려움과 한계를 느낀 순간부터는 외부 활동을 점차 늘려갔습니다. 활동하며 전주에서 아는 사람들이 생기니 전시나 공모전 관련 정보 교류도 되었고 활동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니 행동해야 한다는 동료 작가분들의 조언도 들을 수 있었어요. 그런 주변의 이야기를 듣고 작년에 전주 공예품전시관에서 2인전을 시도했습니다. 단독 개인전 은 아직이지만 몇 번의 전시를 통해 좋은 경험을 했어요. 그전에는 작업실 이름으로 활동을 했었는데 작가 김경애 로서 이름을 걸고 활동하니 동기부여도 되고 작품 활동 에 있어 사명감도 생기며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습니다.
앞으로는
창작활동을 하고 있기에 제가 만드는 생활 도자기가 그저 일상 용품 으로 보이길 원하지는 않아요. 아무리 작은 소품이더라도 창작자의 개성이 담긴 예술 작품으로 인정받고 싶습니다. 쉽지 않을 것 같지만 예술로서 받아들여지기를 바라기에 대중에게 다양한 형태로 일상에 접근할 수 있는 창작활동을 꾸준히 해나가며 작품과 작가 김경애를 알리고 싶습니다. 추가로 한 가지 더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핸드페인팅 도자기를 통해 누구나 예술을 편안하게 향유할 수 있었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