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made IN jEONJU
손의도시 전주
2003년 비운의 교통사고로 별이 된 천재 조각가 구본주 1주기 추모 도록이 20주기를 1년 앞둔 2022년, 아트북으로 복원되어 대중에게 선보인다. 이 책은 2004년 서울 인사동 사비나미술관, 덕원갤러리, 인사아트센터에서 동시에 대규모로 진행된 〈구본주 1주기展〉을 기념하여 제작한 도록을 19년 만에 정식 출판물로 복원하여 만든 아트북으로, 131명의 후원자들의 모금을 거쳐 추모의 마음이 가장 짙던 순간의 기록을 그대로 남겨 두고자 최소한의 수정만으로 재현되었다.
혼자서는 옮기기 힘든 철과 돌과 나무를, 두드리고 자르고 깎아 만든 작품들을, 기꺼이 날라주고 싶을 만큼 감동을 주는 예술을 하고 싶어 하던 작가의 마음을 기억하며 이름 붙인 예술가 서포터즈 ‘구본주를나르는사람들’이 기획하였고, 구본주 작가의 작가 노트, 작가에 관한 글과 비평, 아내이자 조각가인 전미영과 동료 미술인 김준기, 최금수를 비롯한 58인이 작가 사후에 남긴 추모 글, 119점의 작품 사진이 실려 있다. 특히 작가 사후, 스승 류인 추모시가 뒤늦게 발견되면서 권진규 - 류인 - 구본주로 이어지는 천재와 요절을 묶는 비운의 시나리오로 더욱 안타까움을 더했다.
19년. 6,935일. 166,440시간. 너무 일찍 별이 되어서 더 이상 새로운 작품을 기대할 수 없는 게 아깝고 아쉽고 안타깝지만 남겨진 작품에 더해진 시간을 말로 꺼내고 글로 옮기고 빛으로 담고 책으로 엮어 아직 만나지 못한 이들에게 이 책을 전하면서 19년을 그리워하는 마음들을 모아내고자 했다.
2022년, 서울 한복판에서 길을 가던 158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지고, 위패도 영정 사진도 하나 없이 누구를 추모하는지도 모른 채 ‘관제애도’가 행해지는 지금, 과연 애도란 무엇인가를 되새기게 하는 책이다.
2022.11.11
작품 꾸러미를 꾸리며...
글씨로 그림을 그려내려는 그간의 처절한 몸부림, 그게 가당키나 한 일인지? 지극히 단순하고 질박해서 때로는 동양화나 서양화보다 아름답게 느껴지는, 그래서 사람들이 감동하고 예찬하는 그런 작품, 거기에 한술 더 떠 여태까지의 모든 작품을 능가하는 걸작을 만들겠다는 오만과 자학, 오늘도 이런저런 잡다한 생각 속에 속절없이 이렇게도 저렇게도 선을 그어본다. 그러나 문득, 어쩌면 내 생애 최고의 작품은 이미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는 비겁하고도 현실적인 깨달음. 그 끝을 알 수 없기에 도전하게 만들고, 모험하게 만들고, 빠져들게 만들고, 가슴 벅차게 만드는 이 작업 …… 남들이 가지 않은 길, 그 길을 그냥 뚜벅뚜벅 걸어가 보는 수밖에, 더 무엇을 바라겠는가? 불어오는 바람결에 창밖에는 대숲이 물결치듯 일렁인다.
2022.07.08
유아교사나 어린이집 교사가 유아의 놀이가 확장된 창작 공예 활동을 할 때 알아야 할 내용들에 대하여 기술하였다. 본서의 내용 구성은 제1부 이론편과 제2부 실제편-기초, 실제편.응용으로 나누어진다.
이론편에서는 교사가 알아야 할 창작 공예 활동의 개념과 의의, 교육적 가치, 입체 발달 단계 및 과정, 현 교육과정과 유아 창작 공예 활동, 창작 공예 활동을 위한 교사론과 환경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실제편에서는 유아가 놀이 활동하면서 연계, 확대된 다양한 창작 공예 활동혹은 조형 놀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콜라주, 인형, 모빌, 점토, 직조, 악기, 구성,요술 그림과 상자, 조명 등 다양한 조형 활동을 설명하였다.
2022.06.30
미학이 철학으로부터 분리되어 단독적 학문으로 독립하게 된 것은 근대에 이르러서였다. 1750년 독일의 철학자 바움가르텐(A.G.Baumgarten, 1714-1762)이 미학적 담론을 감성적 논리로 새롭게 체계화한 『sthetik』(영문명 aestetics, 미학·감성학·감성적 인식·감성적 인식학 등)으로부터 출발한다. 미학은 비교적 뒤늦게 출발한 독립적 분과학인데다, 우리들의 실생활에 절실한 학문이 아니라서 낯선 신생의 학문처럼 느껴진다.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의 서예미학書藝美學 역시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우리에겐 무척 낯선 신생의 학문이다. 3천여 년 전 갑골문甲骨文을 비롯한 여러 서체의 한자漢字가 출현한 후 여러 뛰어난 학자들과 서예가들, 예를 들면 주역周易의 여러 저자들과 진대秦代의 이사李斯, 한대漢代의 양웅揚雄·허신許愼·채옹蔡邕, 위진남북조대魏晉南北朝代의 왕희지王羲之·왕승건王僧虔, 당대唐代의 우세남虞世南·손과정孫過庭·이양빙李陽氷·안진경?眞卿 등의 서예미학사상에 관한 기록들이 오늘에 전해지고 있다는 데서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서예미학은 그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현대적 의미의 연구는 20세기 중반 중국에서 이루어지기 시작하여 1970년대 말 서예열書藝熱과 미학에 관한 관심이 고조되기 시작하면서 본격화되었기에 낯선 신생의 학문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우리 한국의 경우 서예미학의 학술적 연구는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양적 질적으로 큰 차이를 이루며, 연구할 수 있는 인적 자원도 크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심하게 말하면 서예문화의 학술적 연구에 관한 한 황무지 개척기나 다름없다고 하겠다. 그나마도 ’88세계올림픽 대회의 개최를 계기로 세계를 향한 문호 개방과 함께, 원광대·계명대·대구예술대·대전대 등에 서예학과가 개설되어 크게 기대하기도 하였으나, 서예의 학술적 연구와는 거리가 먼 현대식 서예학원에 머물고 말았으며, 그나마도 지금은 폐과되어버린 실정에 놓여 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1998년 한국서예학회가 창립되고, 1999년 한국동양예술학회가 창립되며, 2007년 한국서예비평학회가 창립됨으로써 비로소 서예의 학술적 연구 분위기가 진작되기 시작하였다. 여기 더하여 2000년 21세기의 도래와 함께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에 서예미학 전공 석사과정이 개설되고,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유학과에 동양미학 전공 박사과정이 개설되므로써 바야흐로 서예의 학술적 연구가 활기를 띠기 시작하였다.
서예 관련 여러 학회의 창립과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의 서예미학 전공 석사과정 개설 및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유학과의 동양미학 전공 박사과정 개설은 나의 서예미학 연구와 결코 무관치 않다. 본시 나의 대학 강단활동은 중국철학, 특히 공맹유학과 노장학, 그리고 공맹유학의 창조적 계승·전개인 양명학의 연구와 강의 활동이었으며, 서예미학과는 전혀 관계 없이 이루어졌다. 이후 서예 관련 학회를 창립하고, 대학원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에 서예미학과 동양미학 전공 과정을 개설하면서 나의 학문적 관심은 서예미학으로 급속히 경도되어 갔다. 태어나면서부터 묵향 속에서 자라고, 일상적인 서예 체험과 서예 창작의 과정으로 다져진 나의 생활이 학회에서의 발표와 석·박사과정 학생들을 교육하고 지도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하나로 맞물리면서 나의 서예미학(동양미학)에 대한 관심은 빠르고 자연스럽게 열려 갔다.
나의 학문적 연구와 독서 및 강의 활동을 통한 자각적 자득自得은 한국의 전통철학과 중국철학, 특히 공맹유학孔孟儒學과 노장학老莊學, 그 중에서도 공맹유학의 창신적 계승인 양명학陽明學이 모두 심학心學이라는 사실이다. 특히, 양명심학은 모든 존재와 가치의 본체를 인간 개개인의 선천적 본래마음, 즉 양지良知에 두고, 그 자연스러운 발현과 전개를 삶과 학문의 주제로 삼는다는 점에서 그 어떤 미학사상도 양명심학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그동안 서예비평과 신서예정신 및 서예미학사상 등에 관한 글들을 틈틈이 써온 바 있다. 이제 나이 팔순八旬을 넘어 이책 저책들에 산재해 있는 서예미학사상에 관한 글들을 다시금 가려 뽑아 약간의 수정을 거친 후, 한 권의 책으로 엮고, 『서예미학사상 산고書藝美學思想 散稿』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내놓는다. 이는 나의 학문적 업적을 세상에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서예미학사상에 관심을 기울이며 삶을 살아간 한 독서인讀書人으로서, 그 자취를 한 곳에 모으는 작업 자체가 무척 즐겁기 때문이다. 여기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2022년 푸른 5월에
송하경 적다
2022.06.21